검은 잉크로 쓴 분홍문장 / 강미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검은 잉크로 쓴 분홍문장 / 강미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6회 작성일 18-11-26 06:55

본문

검은 잉크로 쓴 분홍문장 / 강미정

​부피를 가지지 않고도 묵직한 것들은 온다

해가 지고 저녁이 올 때,

병 깊은 여자가 옥상 난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볼 때

역광으로 빛나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옥상 계단을 오르던 남자가 멈추고 서서 지켜볼 때

둘 다 눈물 괸 눈빛일 때,

빛이 사라지면 윤곽이 사라지는 그림자처럼,

당신이 사라지면 나는 나의 무엇이 사라지는가

가장 가까운 곳부터 모두 지우고 마지막 하나

검은 잉크로 쓴 분홍 문장을 당신이 보여줄 때

그 분홍 문장으로 반짝거렸던 내 말과

흥얼거리던 내 노래를 잃고 입술을 닫은 나에게도

뭔가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오고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시간이 다 지나가서

먼 곳이 지워지고 점점 가까운 곳도 지워져

검은 잉크로 썼던 분홍 문장에 엎지러진 먹물,

당신은 몇 겹의 무늬로 오는가

이 밤은 또 몇 겹의 무늬로 깊어지는가

지우고 싶지 않은 분홍 문장만 무한대로 열려

먹물을 먹인 붓을 들고 달빛이 분홍 문장을 탁본한다

* 강미정 : 1962년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타오르는 생>등 다수

< 감 상 >

​부피 없이도 묵직한 것은 해가 지고 저녁이 오므로 어둠일 것이고,

병 깊여자가 옥상 난간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난간을 오르던 남자가

역광의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어둠 같은 슬픔일 것이다

빛이 사라지면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처럼 당신이 죽으면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렸다​

당신과 다복 했던 지난날들이 하나 하나 지워지고 마지막 하나 검은 잉

쓴 분홍 문장만을 보여준다는 뜻은,

당신은 나에게서 나는 당신에게서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강한 情念의

불길이 몇 겹의 무늬로 활, 활, 타오르고 있다는 뜻 같기도 한데?

화자의 속내를  좀처럼 가름하기는  어려우나, 네러티브의 흐름이 황금 잉어

유영하는 모습처럼 웅깊고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45 1 07-0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10-19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0-14
41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0-06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0-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