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이상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벌레 /이상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5회 작성일 20-03-12 21:32

본문

자벌레

 

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시집『UFO 소나무』(황금알, 2012)

 

 

-----------------
  누가 숲을 고요하다고 했을까. 평화롭다고 했을까. 인간의 잣대로 보면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은 맑은 공기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한없는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 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편안함과 휴식을 즐기려고 산을 찾지만 그 곳이 생의 터전인 새와 벌레들에게는 결코 평화롭거나 아늑한 곳이 아니다.


  이른 봄 숲 속을 들여다보면 새잎이 나면서 벌레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나뭇잎에 달라붙어 먹이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호랑나비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먹이인 산초나무가 없으면 호랑나비는 살아갈 수가 없다. 호랑나비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환경파괴로 인한 먹이공급의 부족을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천적인 새들의 공격을 무사히 피해야만이 성체로 자라 몇 개월 정도의 일생을 보내다 가는 것이다. 


  새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벌레들이 깨어나는 시기에 맞춰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키운다.  먹이인 벌레들 또한 생존투쟁이 쉽지만은 않다.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몸의 색깔을 나뭇가지로 위장하거나 푸른 이파리 색으로 바꾸어 새의 눈을 속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봄 산행에서 제일 많이 마주치는 것이 이 자벌레인데 가끔 가는 줄에 몸을 싣고 공중을 타고 내려오는 녀석들과 조우할 때가 있다. 이렇게 위험천만하게 목숨을 걸면서까지 이동하지 않으면 안될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먹이 부족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거나 아니면 성체를 위한 변태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 속에 나오는 자벌레 한 마리는 길을 잃고 그만 바지에 붙어버리고 말았는데 이 자벌레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다. 키는 물질인데 먼저 키를 재보려고 한다고 한다. 가끔씩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을 세월의 깊이를 재거나 내부를 홀라당 까집어 오장육부를 재어보는 것으로 확장한다. 나아가 인간이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사랑과 욕망까지 재어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2행이다.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고 이미 재어 놓은 치수마저 지우면 내려간다고 한다. 당신은 이 세상에 잴 만한 물건이 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자벌레가 잴만한 물건이 되는지 한번 곰곰 생각해 본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65 1 07-07
417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 05-16
41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2 05-10
416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4 05-05
416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3 05-05
416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1 05-03
416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3 05-01
41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04-27
41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4-27
416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4-26
416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2 04-23
416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4-18
415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2 04-17
41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4-12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11-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