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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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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편지 /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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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5회 작성일 21-06-20 15:52

본문


나뭇잎 편지     /    복효근

 

 

 

누가 보낸 엽서인가

떨어져 내 앞에 놓인 나뭇잎

어느 하늘 먼 나라의 소식

누구라도 읽으라고 봉인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펼쳐놓은 한 뼘 면적 위에

얼마나 깊은 사연이기에

그 변두리를 가늠할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이렇게

발음할 수 없다는 듯

가장 깊은 사랑은

다만 침묵으로만 들려줄 수 있다는 듯

글자는 하나도 없어

보낸 이의 숨결처럼 실핏줄만 새겨져 있어

아무나 아무렇게나 읽을 수는 없겠다

누구의 경전인가

종이 한 장의 두께 속에서도

떫은 시간들은 발효되고 죄의 살들이 육탈하여

소멸조차 이렇게 향기로운가

소인 대신 신의 지문이 가득 찍힌 이 엽서는

보내온 그이를 찾아가는 지도인지도 모른다

언젠간 나도 이 모습으로 가야 하겠다


<약력>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시와 시학에 젊은 시인상 수상하며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수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993)”, “버마재비 사랑(1996)”,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2002)”, “꽃 아닌 것 없다(2017)”

 

 

 

<감상>

 

어느 순간부터 편지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SNS가 고속도로와 GTX노선을 깔더니 길 아닌 길로 메일이 날아다녔다. 두 눈 부릅뜨고 작은 화면을 마주하고 있다보니 나뭇잎의 실핏줄은 언감생심, 그들이 익어가면서 내는 소리와 대화와 또 호소는 종이와 함께 불에 타버린 것이 틀림없다. 종이책의 시는 어떠한가? 시집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온라인에서도 외면 받아가고 있는 이 때, 어떻게 보면 편지의 감성을 깨워 내 시의 길을 다시 수선하고 바람에 날아가 버린 시어들을 찾아와 내게 맞는 편지를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울컥한다. 시인의 순수함이 찐득하게 묻어나서 나는 손에 묻은 그 끈끈함에 더 눌러앉아 순수를 덜어가고 싶어진다. 어쩌면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나뭇잎이 육탈하고 남긴 뼈와 가시로 돌아간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시인이 남긴 육필 편지는 사라지지 않고 그 글자는 잉크로 살아났다가 다시 피로 생성되어 나의 실핏줄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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