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 김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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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21-07-04 09:30본문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시인의 약력>
김종해(金鍾海, 1941년~ ) 부산에서 출생. 1963년 《자유문학》 신인상에 당선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시협회상 수상
문학세계사 창립 대표를 역임
시집으로 《인간의 악기(樂惡)》(1966), 《신의 열쇠》,《왜 아니 오시나요》,《풀》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등 시선집 《무인도를 위하여》를 간행
<감상>
해시태그(#) 칠월, 해시태그(#) 텃밭, 해시태그(#) 열무김치, 해시태그(#) 흙, 원고지, 열무씨, 알타리무씨 등 연결하고 싶은 단어들이 줄을 서있다, 그럼에도 버리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7월을 맞이하는 나의 시작은 흥분이 되어 얼굴이 붉어진다. 시인의 텃밭은 생물이 자라는 곳이면서도 원고지와 펜이 자라는 모습이기에 나도 텃밭을 사고 가꾸고 키워나가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 시인은 시에서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겸손의 말씀!!! 읽고 감상하는 내내 튼실한 뿌리식물은 물론 살짝 벌레가 갉아먹은 열무김치의 상큼한 초여름 냄새를 사랑하게 된다. 시인이 올려놓은 언어들이 비록 화려하거나 향이 세거나 달콤하지는 않을지라도 정직한 흙에서 나오는 정직한 언어의 밥상은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나도 원고지 앞에서 호미를 쥐고 땀을 열심히 흘려야 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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