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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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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명랑한 환자 =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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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회 작성일 23-06-16 22:44

본문

명랑한 환자

=전지우

 

 

    개미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치렁치렁한 물안개가 나온다 하수구 냄새가 솟구친다 저렇게 솟구치는 것을 보니까 여름이다 여름은 왜 솟구치는가 비는 파문으로 태어나고 왜 파문으로 죽는가 빗소리를 들어도 나는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우산을 들고 나무 주위를 빙빙 돈다 나무가 냄새를 둘렀다 나무껍질이 비를 둘렀다 대낮이 자꾸 저녁이 되려 하는데 빗소리는 젖은 것을 더욱 젓게 만든다 나는 뒤꿈치를 들고 나를 둘러싼 것들을 생각한다 적막, 새가 되는 법, 단조로운 생활, 주택 연금, 암을 겨우 벗어난 둘째 아들, 내 머릿속의 여치 소리, 그런 것은 더 이상 말릴 수도 없다 빗소리로 뒤척이는 불면이 다정해진다 우산 바깥으로 손을 내민다 이름 하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날들과 조우하면 나도 명랑한 환자가 될 수 있을까

 

   鵲巢感想文

    세상은 모두 환자다. 나만 멀쩡한 거 같다. 하지만 개미처럼 지나간 한 무리의 우울과 물안개처럼 희미한 장래를 생각하면 도무지 답이 없다. 내게 주어진 삶이 다만 하수구에서 오른 냄새처럼 역겹고 구역질만 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왜 나를 이토록 미칠 지경으로 내모는 걸까! 도대체 맑은 날은 있는 걸까! 우산으로 받쳐 든 이 좁은 생활 무대에서 비는 언제쯤 그칠 것인가! 뒤꿈치를 들고 조심 또 조심하며 걸은 하루하루의 삶 단조롭기 그지없고 외롭기 짝이 없으니 어디에다 삶의 의미를 두어야 할까? 하늘 날 수 있는 길, 단조로운 생활에서 탈피하는 길, 주택연금은 주택 감금에서 암처럼 빚은 이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길 괴롭고 힘이 든다. 세상에 난 이상 이러한 괴로움과 삶의 고통은 서민은 다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구상욕骸垢想浴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하기를 생각한다. 마음의 때다. 내 마음처럼 읽고 나면 먼저 간 사람이 떠오른다. 모두 손 놓기에 앞서 무슨 문제가 있다면 천천히 생각해 보자. 푸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다. 따오기가 아닌 이상 배움에 게으름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곡불욕이백鵠不浴而白. 최소한 하나의 재미는 가졌고 그 바닥에서 한 계단 더 만든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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