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대시>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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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65회 작성일 17-06-21 10:58본문
2017년 <현대시>신인상 당선작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외
박민혁
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매달고, 생시 문턱을 넘는다
애인의 악몽을 대신 꿔준 날은 전화기를 꺼둔 채 골목을 배회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비로소 몇 마디를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할 것, 총명한 성기는 매번 산책을 방해한다. 도착적
슬픔이 엄습한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부모에게서, 향정신성 문장 몇 개를 훔쳤다
아름다웠다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경외한다. 우리들의 객쩍음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유 없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너는 나의 편견이다
불안과의 잠자리에서는 더 이상 피임하지 않는다. 내가 돌아볼 때마다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비극을 연기한다. 우울한 자의 범신론이다 저절로 생겨난,
저 살가운 불행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럴 때마다 생은 내 급소를 두드린다
나와 나의 대조적인 삶,
길항하는,
꼭 한번은 틀리고 말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고통의 규칙을 보라
생량머리
우리 언제 연애 한번 해요. 다 끝난 노름판을 기웃거린다. 너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 설렘은
빗댈만한 사물이 없다. 감정에도 지구력이 필요한 법이지, 숨이 찬다. 너는 양치 후 씹는 귤 같
구나 비가 먼지잼으로 온다 세워둔 채 환청을 피우느라 아픔마저 온통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 단
한 번, 우리가 만드는 어둠의 색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빛에 닿는 순간 이미 그것은 어둠이 아니
다 흐릿한 네 이름을 적는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악몽을 책받침 삼아, 너를 지키기 위해 너와 그토
록 많이 싸웠다 이런 날만 지속되는 지옥이 있을 것 같다. 너와 가장 닮은 슬픔을 골라 네 빈자리
에 세워둔다. 성긴 오후가 부모에게 들켜버린 미성년의 연애편지 같다 우리는 비대칭의 얼굴을
수용하기 위해 충분히 사시가 되어야 했는데, 방과 후 적을 잃고, 생애를 잃었을 때, 조심스레 받
아들었다 개평이랍시고, 삶이 내게 던져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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