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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시인 <붉음이 제 몸에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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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2회 작성일 20-03-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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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맨발로 무논에 들면
물렁하고 존존하고 은연한 힘이
몸에 낀다.

그렇게 살을 섞는 감정이거나

한 발을 빼면
바닥이 쑤욱 들려나오는
그런 느낌을

나는, 적는다.


시집 속의 시

슬픔은 철없다


 할머니 슬퍼?
 안 슬퍼
 근데 왜 혼자 살아?
 
 통배추 밭에 쭈그린 홀어미 등을 가을볕이 애벌레처럼 갉는다.
 
 할머니 뭐해?
 벌레랑 놀지
 벌레가 뭐야?
 
 배춧잎 벌레를 꼬집는 홀어미 어둔 손끝에 구멍만 자꾸 헛 집힌다.

 구멍들은 누가 먹은 거야?
 벌레들이 먹었지
 벌레는 구멍을 먹고 살아?

 작은 구멍은 네가 먹고 큰 구멍은 네 엄마가 먹고… 작은 구멍은 큰 구멍이 되고 큰 구멍은 나방이 되고 나방은 구멍 밖으로 훨훨 날아가고…

  할머니 슬프지?
  안 슬퍼
  근데 왜 혼자 말해?

  뜸하니 들러 놓고 가는 어린 것의 슬픔이 배추 속처럼 아삭하다. 


개뿔

 

 

소의 급소는 뿔이다

감때사나운 부사리의 뿔을 각목으로 내려치면 이네 직수굿해진다. 각목 하나로 커다란 덩치를 다룰 수 있다. 이후

각목만 보면, 각목을 들었던 사람만 보면 기를 꺾는 소의 기억은뿔에 있다. 밖으로 드러내놓고 살아가는 소의 기억은 후천성

뿔이 난 후에야 송아지는 자신이 소임을 알게 된다

뿔의 정체는 두려움, 두려움을 먹고 살이 찌고

우직한 힘을 잠재울 줄 아는 두려움이 연한 풀이나 뜯는 족속을 보전해 왔다

뿔과 뿔을 맞대고 뿔뿔이 다툴 때

막가파처럼 뿔을 밀고 달려들 때가 더 슬픈

자기 독재자여, 그러나 뿔이 없는 건 우공牛公이 아니다.
 


저자 약력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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