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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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2회 작성일 22-01-28 10:39본문
조침문曺針文 / 백록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모씨는 몇 마디 글로써 만천하에 고하노니, 한때나마 부녀들의 손에 중요한 건 바늘이로되
이 또한 도처에 흔한 바이지만, 이놈은 한낱 작은 몸이나 뚝 부러지고 말았으니, 이렇듯 슬퍼함은 나의 감정이 남다름이라
오호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도다
법을 빌어 내 손에 지닌 지도 꽤 오랜 지라
어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아, 슬프도다
하여, 오늘은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을 진정시켜 너의 행장과 나의 회포를
몇 줄 문장으로 풀어 영결永訣하노라
지난날 달님께옵서 북한산 기슭으로 나를 불러 나만을 믿겠다며 중책을 맡겼으나 나는 너무도 달님을 존경한 나머지
나의 엄지와 검지로 부지런을 떨며 네 귀에다 소곤거리며 네 침에 내 침을 바르며 꼼꼼히 꿰매며 두루마기에 봉황의 무늬를
도모하며 은밀하게 일한 것이 어쩌다 내 손을 찌르고 말았구나. 결국 탈이 나고 말았구나. 내 부모며 처자며 자식들이며 동
생이며 일가친척들까지 탈 탈 털리고 말았구나. 슬하에 오직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이들의 장래까지 장례를 치러야 할
지경이로구나
오호통재라, 낮이면 햇님이 지켜보는 줄 모르고 오직 달님만 바라보며
내 너를 주의하지 못한 것이 마침내 나의 눈을 찌르고 말았구나
아, 슬프도다, 너는 뚝 부러지고 나는 눈 멀어지고
시쳇말로 내로남불이 되고 말았구나
댓글목록
이면수화님의 댓글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의 출퇴근시간 지하철 배차 간격으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의 소음 때문에
제주 하늘에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토끼는 잡지도 못하고 개만 삶고 말았으니
是日也放聲大假를 후려치는 是日也放聲大哭 소리
홀로 듣다 갑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가 이 모양인 건 개발에 치여서 개를 삶아버린 모양새입니다
그나마 육짓사람들 숨구멍인 듯하여 불행 중 다행입니다만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