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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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45회 작성일 24-01-23 09:20본문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이라고 적힌 유명한 시를 중학교 교실 책상 위에서 읽었었죠.
아마도 난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면서 가야 할 길을 생각했을 거예요.
길은 많으니 생각도 많아질 거고 또 후회도 많을 거라고 늙으신 국어선생님은 웃으면서 말씀하셨지요.
난 시를 외웠어요.
가로수길을 숲길을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구절들을 떠올리고 또 생각했어요.
이제 나도 선생님의 나이만큼 되어 다시 그 시를 꺼내어 읽어보면서 수없이 밑줄 그어진 생활, 생활을 지금껏 끌어온 길을 되돌아보았지요.
문득,
길은 길로 바뀌고
길은 강물을 건너고
길은 광야를 향해 흐르고
길은 폭포수처럼 부딪히고
길은 대나무 마디처럼 연하여 하늘로 오르고
길은 그러나 아프다,는 해진 일기장의 흐릿한 글들이 나를 때리더군요.
가지 않은 길,
이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시가 있었지요.
가만히 읽기엔 벅찬 시였더랬습니다.
시처럼, 벅차지만 올곧은 길을, 어렸던 나는 걷고 싶었습니다.
국어선생님의 나이만큼 되어
선생님의 주름만큼 생각이 많은 나이가 되어
그 때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시의 속마음을 다시금 들어보려 합니다.
서리 맺힌 오늘 아침 여전히 푸르른 시의 문을 열어젖히고 내게로 뚜벅뚜벅 걸어오시는 길을 만나야겠습니다.
내가 길에게 했던 질문들과 길이 내게 던져주었던 꽃들과 낙엽들과 불면의 바닥, 그리고 그것들을 다독이며 불어오던 바람의 얼굴까지.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아름다운 시로부터 걸어나온 외로운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아프고 또 행복했던 잎사귀와 열매들이.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만큼 수많은 사연과 다양한 의미를 가진 말이 또 있을까요?
길과 함께 많이 깊어지신 시인님의 마음을 시인님의 좋은 시로 잘 읽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유의하십시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다시 만나 보았습니다.
괴롭고, 그러나 행복했단 말을
길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여기 시마을 모든 분들의 길에게도 안녕함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지않은 길처럼 나에게 시는
늘,,, 부족하고 낮이 설었습니다
허지만 시인님은 시를 쓰시길 ,,
참 잘 하셨다고 말씀 드리고 갑니다
늘 ,, 감명깉은 시
잘 읽고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남겨주신 걸 모르고,
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시를 쓰길 참 잘했다는 말보다
더 힘이 되는 말을 찾기가 힘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