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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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8회 작성일 24-04-12 07:50본문
- 긴 하루 -
첫 삽을 뜨자 삽이 날 묻어 버리려 한다
아침은 아주 낡은 몸이 되어버리고
더디게 가는 시간을 윽박지르고 싶어도
내 삽은 날 버리려 한다
내 허리까지 올라온 모래더미
나를 묻어버리기에 안성맞춤
입술은 모래알을 세고 있냐고 말하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여름을 불러왔다
김 서림 속 안경 밖에는 모래밖에 없다
정수리를 기어오르는 햇살
삽으로 새참을 먹는다
입안에서 너울거리는 모래알
두 동각 나려는 허리를 달래가며
모래더미의 키를 잘나내고 있다
날숨에서 기어 나오는 김 서림
잠시 큰 대자로 눕는 꿈을 꾼다
아직도 정수리를 떠나지 못하는 햇살
몸은 점점 축축해져 간다
젖은 몸을 이끌어 가면서 퍼보는 삽
삽을 우걱우걱 씹어본다
전쟁이라는 얼굴이 지나가고 있어
손바닥에 새겨진 물집
그래도 해는 기울어지고 있다
흰 눈이 내리고 있다.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루, 참 길지요
특히, 저 같은 처지엔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일 하는 시간이 무척 느리다 생각했어요.
하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생각이 들어요.
귀한 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선돌 시인님.